내가 영감을 주었을까? 그렇다, 아주 간접적으로. 가령 내가 지중해를 예찬한 것은 대조적으로 대서양처럼 끊임없이 변화하는 몽상에 싸인 켈트족적 상상력을 통해서다. 그런데 알베르 카뮈에 따르면 그 대목들이 그에게 촉매 구실을 했다는 것이다. 그럴듯하게 들리지만 그렇다고 인정하는 것은 동시에 그 촉매 작용의 한계를 보여준다. 우리의 정신 속에는 발아가 보류된 얼마나 많은 씨앗이 피어나기에 유리한 상황을 기다리는지! 바로 그때에 기회가 주어졌을 뿐이다. 알베르 카뮈의 사유가 얼마만큼 내 사유에 빚지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때마다 대답하기가 어렵다. 시대를 특징짓는 여러가지 일반적인 주제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1914년 전쟁이 발발한 뒤 낭만주의적 풍조가 거세게 일었고 이에 따라 고독과 죽음과 절망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