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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 2

밀란 쿤데라/ 커튼 중

이는 우리 (혹은 우리 것이었던) 문명에 속하는 인간 고유 특징 중 하나인 역사적 연속성의 의식이 무엇인지 잘 보여 준다. 우리 눈에는 모든 것이 역사의 모습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여서, 일련의 사건과 태도 그리고 작품 들의 논리적인 연쇄로 나타났다. 유년 시절, 나는 아주 자연스럽게, 무리하지 않고도, 내가 좋아하는 작가들의 작품 연대기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아폴리네르가「칼리그람 」다음에「 알코올 」을 썼으리라고는 켤코 생각할 수 없었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그는 다른 시인이 되었을 것이고, 그의 작품은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 우리는 어디에서 오는가 또는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유명한 형이상학적 질문들은 예술에서 구체적이고 명백한 의미를 지니며, 분명히 ..

못읽은 노트 2025.04.26

밀란 쿤데라/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중

영원한 회귀의 신화는 부정의 논법을 통해, 한번 사라지면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인생이란 하나의 그림자 같은 것이라고, 그래서 그 인생은 아무런 무게도 없고 처음부터 죽은 것이나 다름 없어서, 인간이 아무리 잔혹하고 아무리 아름답게 살아보려고 해도 그 잔혹과 아름다움이란 것조차도 무의미하다고 주장한다. 14세기 아프리카의 두 왕국 사이에 벌어진 전쟁의 와중에 30만 명의 흑인들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처참하게 죽어갔어도 세상은 바뀌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인생의 잔혹함이나 아름다움 따위는 전혀 염두에 둘 필요가 없는 셈이 된다. 그렇다. 그 전쟁은 우뚝 솟아올라 영속되는 하나의 덩어리로 변할 것이고 도저히 치유될 수 없는 것이 될 것이다. 프랑스 혁명이 영원히 반복된다면, 프랑스 역사는 로베스피에르에..

못읽은 노트 2025.03.26